절망 중에도 감사를 잊지 말라
글 ‘주안 기쁨의샘’ 기자 변지영
어떤 사람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었다. 그는 살기 위해서 나뭇가지를 주워서 움막을 만들고 먹을 양식까지 모았다. 그러다가 겨울이 왔다. 그런데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 움막 안에서 불을 피우다가 그만 움막을 모두 태워버렸다. 움막 속에 모둔 양식도 불에 다 타버린 것이다. 그는 절망하고 말았다. 그런데 과연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배가 무인도를 향해 다가온 것이다. 그는 그 배를 타고 온 선원들에 의해서 구조되었다. 그가 선장에게 물었다.
“아니 제가 여기 있는 것을 어떻게 알고 왔습니까?”
“이 근처를 지나가는데 이 섬에서 연기가 났어요. 그래서 ‘누군가 신호를 보내는 구나’ 생각하게 되었고 배를 돌려서 이리로 왔습니다.”
결국 그를 절망의 나락으로 이끌었던 움막 화재가 도리어 그를 살린 것이었다. 오늘의 불행과 좌절은 사실상 내일의 행복과 영광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만 보고 너무 속단해서 괴로워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합력해서 선을 이루실 하나님을 의지하고 먼저 감사부터 해야 할 것이다.
전광 목사님의 무인도 표류한 사람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의 깊은 우울을 겪고 있던 내게 힘이 되어주는 말씀이었다. 그래서 지금부터의 나는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실어증에 걸린 것처럼 한동안 글 한줄 쓰지 못하던 시간이었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두 달 여의 시간이 흘렀다. 친정엄마 없이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고, 모두들 가슴 아파했다. 그런데 마냥 슬프지만은 않고 기쁨도 있었던 엄마의 장례식만큼이나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많이 웃었고 진심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믿지 않는 일가친척과 친지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놀라워하기도 하였고, 어느 정도는 두려워하는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왜냐면 그곳에는 진정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는 기도의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야말로 슬플 때 같이 울어주고, 기쁠 때 함께해주는 사람들이었다. 때때로 가족이나 친척처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보다도 더 수고롭고 힘겨운 일들을 애써 감당해주었고, 그들은 돕는 것을 도리어 기뻐했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 그리스도의 형상은 해같이 빛났고, 진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하나님 앞에서 복 받는 것이 무엇인지를 증거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결혼예배를 준비하던 불과 2주까지는 사실 나 자신조차 많이 지쳐 있었다. 업무시간을 제외한 출퇴근 시간, 홀로 잠드는 시간, 혼자 멍하니 있는 시간 내내 힘들었다. 엄마를 잃었다는 슬픔보다 나로서는 감당하기가 어려운 현실의 상황들이 나를 있는 그대로 목 조르는 것만 같았다. 남들 앞에서는 씩씩했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매일 새벽마다 울었다. 그리고 기도할 힘마저 나지 않는 순간에 믿음의 친구들로부터 내가 들어야 할 이야기들을 전해주셨다. 결국 예루살렘 성전은 파괴되고 말았지만, 그러한 절망 가운데서도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을 통해서 무너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셨다.
그리고 생각지 못하게 기쁨의 결혼예배를 선물해주셨다. 모든 것 하나하나 다 처음해보는 일들이라 서투르고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그런 모습마저 따뜻하게 봐주시고 위로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꿋꿋하게 아빠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내딛을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나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행복하기 위해서 몸부림을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행복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연극은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이다. 나 스스로는 기쁨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이라는 존재다.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 없어서 울었다. 그리고 우는 내내 하나님도 같이 울어주셨다. 그 따스한 손길 덕분에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었고, 성령의 강력한 임재가 깃드는 결혼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전에도 없고 후에도 없을 결혼예배이지만, 지금껏 살아온 내 평생에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이 아닐까싶다.
온몸이 마비돼서 감각을 잃은 사람에게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축복이다. 그러나 대부분 통증이나 고통 자체는 우리의 삶을 괴롭히고 아프게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전히 어려운 고백이기는 하지만, 올해 반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오면서 깨닫게 되는 부분은 어려운 일과 고난을 당해도 마음에 고통이 있을 때도 하나님은 우리가 먼저 감사하길 바라신다는 마음이었다. 감사할 수 없어도 감사하면 꽉 막힌 어둠과 아픔조차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능히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주실 수 있는 분이 우리 하나님 아버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엎드린다.
“살아계신 나의 하나님, 아버지. 끝내 사랑이 이길 것을 믿습니다. 오늘 하루도 주님께 의탁합니다. 오직 주님만 바라보는 하루 되게 도와주시고,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하는 자녀로 살아가게 하소서. 절망 중에서도 어떠한 고난에도 감사하며 넉넉히 이겨낼 힘과 용기를 허락하소서. 감사드리며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했습니다. 아멘.”
전광, 『365일 날마다 감사』, 생명의말씀사, 2010, p.215, 발췌 및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