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도 잘 지냈어?
오늘은 비가 왔네. 새벽부터 내리더니 오늘 곧잘 비가 왔어.
서창동 창문 열어놓고 왔는데 괜찮을라나 몰라.
엄마 요양등급 받았어. 다행히...
근데 요양원에서 엄마 돌보기 힘든 가봐. 다른데를 알아봐야 할 거 같아.
참 힘들다 아빠.
아직 난 어른이 될려면 멀었나봐.
엄마가 아빠 안계신거 이젠 알고 있는 것 같아.
엄마 표정도 아빠 계실 때 표정도 아니야.
그저 뭔가를 기다리는 느낌이 많이 들어. 아마 아빠가 많이 보고 싶은가봐.
엄마를 보니 아빠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어.
치매는 가족도 자신도 파괴하는 병이라는데 그런거 같아.
보통 치매 환자들이 씹는 법도 잊어 버리고 그로 인해 합병증이 와서 돌아가신다고 하더라고.
보통 요양원에 입소 후에 몇 달 만에 돌아가신다고 하기도 하고.
그럴까봐 겁이나. 아빠가 너무 빨리 데려가면 안될텐데...
아빠. 힘을 줘. 나하고 엄마한테.
내 나이에 두 분을 보내기가 힘이 들어.
자꾸만 고통 스럽고 맘이 아파.
그래도 요새는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농담도 하고 그래.
보고 싶다. 엄마한테는 주말에 가봐야 할 거 같아. 아니면 금요일에 가보던지...
아빠. 잘 지내고 있는거지?
그곳에서는 아무 걱정없이 잘 지내고 있지?
나중에 다시 만나 아빠. 그 때는 우리 세 식구 정말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돈 걱정도 안하고 술 많이 마실까봐 아빠 걱정도 안하고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두렵다 아빠. 돈 때문에 두렵고 엄마를 외면하는 나를 보면 두렵고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방치하는 내 모습이 두려워 아빠.
이게 순리일까? 자기 부모 이렇게 두고 살아가는 내가 정말 정상일까?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
모르겠어 정말. 아빠가 알려 줘라. 그래도 나 나름 잘하고 있다고.
잘살고 있다고 아빠가 칭찬해 줬으면 좋겠어.
아빠. 건강하게 거기서 잘 지내고 가끔 나한테 왔으면 좋겠어.
잘 지내 아빠. 내일 또 올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