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잘 지냈어? 나이가 40인데 아직도 아버지란 말보다 아빠가 더 부르기 쉽고 좋네.
오늘은 어떻게 지냈어?
날씨는 좀 흐리지만 덥지 않아서 좋았어.
술을 좀 먹었더니 정신이 없네.
아빠는 거기서 술 좀 드시나?
피곤하고 배도 부르다.
오늘처럼 술을 먹으면 이태원 살 때 생각나.
그 때는 아빠가 그래도 건강했는데.
회사에 이사가 한 명 있는데 좀 짱나.
자기 나름대로 생각해서 얘기해 주는데 그게 싫더라고.
자기가 경험했던 것들이 정답이듯이 얘기하는데 짜증나.
물론 다 틀린건 아니야. 엄마가 날 못 알아봐도 그게 힘들어도 내 곁에 있는거잖아. 요양원에 모시긴 하지만.
그래서 가까운데 모신거고. 왜 자주 못 볼것처럼 그렇게 얘기하는게 짜증나.
근데 지금보면 진짜 그럴수도 있을거라고 생각이들어.
아빠. 미안해.
암만 생각해도 난 아빠처럼 엄마를 돌볼수는 없을거 같아.
아빠 힘든걸 난 몰랐잖아.정말 생각을 못했지.
매일 아빠 모습이 생각난다. 그것도 내가 아빠한테 못할짓했던 그 모습들만 기억이나.
담배를 피다가도 생각이나고 밥을 먹을때도 그렇고...
미안해 아빠. 남몰래 소리쳐 울고 싶을때가 한 두번이 아닌데 그렇게 울 곳이 없다. 서창동 가야 하나봐.
아빠. 미안하고 정말 사랑해.
너무 보고싶고 매일매일 보고싶어.
아빠. 그 곳에서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엄마는 좀만 더 여기있게해줘. 둘 다 없으면 나 미칠거 같아.
그러니까 알았지? 부탁할께.
사랑해 아빠. 내일 또 올께.